가는 길과 오는 길 by 스파게튕

26일 아침 9시 정도 비행기였기에 그 전날 좀 피곤하고 그런 것도 있고 해서 그냥 가방만 꺼내놓고 쓰러져 잤다. 잤다고 해도 피곤한데 잠 못자는 병에 걸려서; 누워서 곧 잠을 이룰 수 있던 건 아니지만 여튼.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씻고 가방 싸고 집 정리 좀 하고 가지 머. 이러고서 3시 몇분엔가 시간을 맞췄다. 어차피 잠 못자겠지라는 생각에. 그리고 나리타 공항이었기에 1시간 반-2시간 정도를 (스카이 라이너를 타는 게 아니기 땜에) 잡고 또 공항에 미리 가야하는 거 따지면...대충 5시 몇분 정도엔가 일어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나가기로  한 시간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그냥 옷을 주섬주섬 벗어서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서 5초간 생각해보니 지금 샤워하고 어쩌고 할 때가 아님; 아무리 여유로 나가려고 한 시간이었지만...일단 세수하고 이 닦고 머리를 돌려보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하지만 일단 얼굴에 뭐는 찍어 바르고 주변에 널려져있던 빨래하고 개어 놓지 않은 옷들을 그냥 있는대로 집어넣어서 그러고 집을 나왔다........내 자신을 너무 과신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은 날; 전에 시간 잘못계산해서 나리타에 45분 전에 도착해서 미친듯이 뛰어간 적도 있; 그거 빼면...뭐 나머지는 내 비행생활에서 크게 심장 두근거렸던 일은 없으려나...
의외로 공항에 시간은 딱 맞게 도착했으나 로밍해가려고 가니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서 로밍은 실패, 마일리지로 가는 편이 없어서 인생에 2번째로 비지니스로 마일리지 써서 가니 라운지 이용권도 주는데...문제는 내가 거기서 머 먹고 이럴 시간이; 작년에 교수 따라서 한국 갔을 때 라운지 갔었지만 사실 먹을 건 그다지 별로였고 영어 잡지랑 신문만 좀 주워왔음 하는 바램이었는데 뭐 그냥 포기했다. 그렇게 한국에 가서 집에 가서 얼굴을 보니 영 완전 폐인..........이래선 Maria를 만날 수 없어서 일단 다른 건 관두고 머리만 감았다;


몇일동안 나를 좀 피곤하게 한 다른 이유는 내가 몸이 붓거나 울고 자거나 아니면 아무 이유 없이 눈이 속쌍꺼풀에서 아주 진한 겉쌍꺼풀로 변하는 건데, 이게 아주 내가 아닌 내가 되서 진짜 싫은데.........고안한 방법이 스카치 테이프를 잘라서 눈에 붙이고 원래 눈으로 고정시키는 법인데 이게 또 갑자기 잘 안되고 그래서 여튼, 동생 졸업날도 영 눈이 또 이래서 사진보면 테이프 붙였다 떼서 눈이 벌겋게;


오는 날은 막히는 것보다는 좋지만 공항 버스가 아주 잘 달려주셔서 너무 넉넉히 도착하여 인천 공항에서 볼만한 책들 있나 서점 돌아다녀보았지만 결국 책은 사지 않았고 돌아가는 길은 이코노미에 아주 또 작은 비행기라 마치 라이언 에어를 타는 기분을 나게 해주는.....아시아나 였는데 양 쪽에 세 자리 씩 있는 게 다라 메인 스크린도 위에서 뭔 쬐만한 액정 스크린이 내려오고 이어폰도 안주고....으으; 옆에 앉은 여자는 일본 사람인가 싶었더니 재입국 쓰는 거 보니 성이 이씨인 걸 보니 한국사람이군. 나이도 좀 들어보이는데 나보다 꽤 어렸는데, 문제는 밥시간...앞 자리 쪽을 골랐어서 서빙이 일찍 됬는데 그저 언제 밥 주나 계속 안절부절 처다보고 암튼 그러다가 밥이 오자 진짜 정신없이, 게걸스럽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막 '퍼먹는 것'이었다. 근데 그러면서 자꾸 내가 먹는 쪽을 흘깃흘깃 보는데, 난 좀 천천히 먹고 있어서 날 자꾸 쳐다보는게 너무 느껴져서 님 뭥미? 이러고 싶었다; 암튼 그러고나서는 차를 주는 걸 마시는데 후루르르르륽 하아~ 이걸 대체 몇번을 하면서 마시는지; 마지막의 하아~는 저기 여기 목욕탕 아니거든요 이러고 싶었다는. 그러고서 가운데 앉아서 그러는지 여튼 내 밥까지 치워주려하면서 나서심. 내려서는 아직 벨트 풀러도 된다는 불 켜지지 않았는데 일어나서 옆 사람 통과해서 짐 꺼냈다가 도로 돌아가서 앉으라는 말에 쑥쓰러워 하면서 다시 들어옴;  그리고 다들 비행기 착륙 전부터 아예 핸드폰이 켜져있어서 그걸 계속 체크하는데 승무원은 그걸 못 봐서 그렇지 나중에 내려서 활주로에서 움직이는데 무려 전화까시 하고 아주 과관...........
근데 도장 찍어줄 때 보니까 일본 여권 소지자/영주자 쪽으로 가던데. 거기서 어떻게 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진짜 님 뭥미???? 이런 사람이 옆에 타서 참......앉아서도 팔을 자기 에리어 안에 두는게 아니라 팔걸이에 걸쳐서 내 쪽으로 넘어오는데, 모르는 사람하고 살 닿는 거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라 그것도 좀; 뭐 한국사람이 아니라는 걸로 결론 내리고 싶은 심정.

공항은 브랜드 쇼핑을 한 일본 사람들로 그득했고 비행기는 30분 지연되어 출발했고 일본에 도착하니 작년 겨울/올해 들어 나에게는 처음 보는 눈까지 아주 내리고 계셔서 눈맞으면서 안그래도 집에서 역이 먼데 트렁크 질질 끌면서 돌아오니 11시 조금 전.

일본 한국 아무리 가까워도 하루가 이렇게 무참히 버려지는 게 너무 싫은 내가 가장 갖고 싶은 드래곤볼의 기술은 순간이동 기술. 근두운도 좋긴 하지만.

그러고 집에 왔더니 어찌나 쓸쓸하고 외로운지 역시 짧게 갔다오는 건 오히려 후유증이 더 심해져서 괴롭다는 걸 다시 한 번 체감. 사랑받다가 버려진 이 기분 누가 알아주리. 다만 취직걱정이 제일이긴 하지만 이번에 갔다오면서 유학생활 5년 6개월에 처음으로 직장을 한국으로 잡을까 생각까지 했었다.

하아........누가 나 취직 좀 얼른.......

#갈 때 나리타에서 일하는 할아버지가 짐 올리는 걸 하셨는데 짐이 11킬로인가? 뭐 그랬다. 워낙 바쁘게 싸 가지고 가느라. 근데 이 할아버지가 올라섰는데 55킬로인가 밖에 안 되는 것;;;;대체 몇킬로이신건가요ㅠ.ㅠ

#진짜 살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근데 한국에 가니 걸신들이 다 도망가시고 마법의 기간에 딱 들어맞아 식욕은 저 밑 바닥에. 일본에 돌아오니 걸신들이 다시 들러붙으심. 4월 신체검사 때까지 살 좀 빼려고 했는데 아침에 운동할 에너지가 생겨나질 않아.

#엄마랑 점도 보러갔었는데, 쪽집게라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가요.......? 나 힘들 때 뭐 이런 거 이야기하고 그러는데 왠 눈물이 글썽글썽 거려서 엄마한테 참 미안했다. 왠 눈물이 그리 흔하니 아직까지도...나의 이런 거지같은 성격까지 속속들이 맞추고 참 대단하십니다. 대기만성형이라는데 자식과 후배가 생기기 전에는 에너지를 못 얻으니 앞으로 10년은 더 고생해야? 젊어서 고생은 이제 적당히 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고생 더 남았네. 물론 나이들어서 편한게 좋은 일이긴 하지만. 열심히 할테니 그저 취직을 좀 ㅠ.ㅠ


2008 @ Otaru, Hokkaido, Japan
(배고픈 김에;)

덧글

  • 2009/03/06 14: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스파게튕 2009/03/06 21:15 #

    슈크림은 먹을 땐 한없이 행복한데 먹고 나면 흙흙
    아아 치즈케익이 갑자기..아니 뭐 갑자기랄 건 없고 매일 당겨요~~

    가족이랑 만나는 건 일주일은 택도 없는 것 같아요. 한 한달은 있어야...ㅠ.ㅠ
  • Maria 2009/03/06 19:01 # 답글

    '라이언 에어' 탄 것도 아니고 에서 박장대소... 헐헐헐
    정신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구나 ;ㅁ; 난 토나오는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짜증만 자꾸 나서 퍼먹고 있음. PMS인가.

    언니를 봐서 참 다행이었어. 잘 되자.
  • 스파게튕 2009/03/06 21:17 #

    나 무려 무스꾸스에서 매직을 시작했다는 거 아니겠어; 끝나자마자 바로 PMS 들어간 건지 짜증은 확 나면서 단게 먹고 싶어지는............;;;
    너 얼굴 너무 좋아보여서 다행이었어~~
  • Maria 2009/03/09 18:43 # 답글

    에? 잠깐.. 십년?.........
  • 스파게튕 2009/03/09 22:45 # 답글

    뭐 그래도 삼십대에 자기 자리 확실히 잡고 일할 수 있다는 게 뭐, 좋은 이야기겠지? 라고 생각...;
    대기만성형이라잖어 ㅋㅋㅋ
  • Maria 2009/03/20 06:52 #

    그래도 위로가 되는 말이다. '대기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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